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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비즈]


ㆍ반도체 시장 65% 차지 비메모리…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은 미미
ㆍ5G·자율차 시대 수요 더 늘 듯…‘메모리 편중 탈피’ 정부 지원 선행돼야

올 들어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한국 반도체 산업이 한계에 봉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 영역까지 발을 넓혀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기업은 물론 정부의 인력 육성 및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반도체 업계와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은 2.9%에 불과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과 달리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가 35% 정도에 불과하고 비메모리 시장은 65%로 더 크다. 달리 말하면 두 배 더 큰 시장에서 한국 대표기업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메모리 반도체란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 이외의 모든 반도체를 아우르는 말이다. 컴퓨터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AP,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등 종류도 다양하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의 지난해 기준 통계를 보면 최근 비중이 가장 커진 모바일 AP 시장의 경우 미국 퀄컴이 37%로 1위였고 삼성전자는 11.7%로 4위였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찾아오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변수 때문에 호황과 불황의 주기가 극심하다. D램익스체인지의 최근 발표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D램 ‘DDR4 8Gb 1Gx8 2133MHz’(PC향 범용제품)의 고정거래가는 6개월 전보다 44.3% 떨어졌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원 김건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를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며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5G칩과 자율주행차 AP 등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차원의 대책도 시급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내놓기를 바란다”고 당국자들에게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초격차’를 만들려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반도체 장비 분야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가 실질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인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을 많이 수입해 쓰고 있는데 반도체 재료·부품을 만드는 국내 중견기업에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하고, 한국형 반도체 테스트 설비 등을 만들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자료를 보면 국내 반도체 장비 및 소재의 국산화율은 50%밖에 되지 않는다.

석·박사급 연구인력 양성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중국이 2007년부터 반도체 굴기를 위해 10년간 10만명의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대응이 시급한 실정이다. 박 교수는 “지금은 반도체를 전공한 교수도 적고, 반도체를 공부하겠다고 나서는 학생도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