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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4.30/뉴스1


출범 2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가 '시스템반도체'에 승부수를 던졌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효자 종목이다. 그러나 업황이 좋지 않으면 그만큼 한국 경제 지표도 나빠진다. 올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최근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로 수출이 부진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도체는 크게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연산·제어기능을 담당하는 시스템반도체로 구분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은 소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한 메모리반도체에 집중해왔다.

이에 정부는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취약한 시스템반도체를 육성, 2030년까지 파운드리(생산) 세계 1위, 팹리스(설계) 시장 점유율 10% 달성, 약 2만7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 -0.34%, 수출 20% 차지 메모리반도체 부진이 결정적

지난 1분기(1~3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수출 및 설비 투자 부진 등으로 전 분기 대비 -0.34% 역성장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이자 5분기만의 역성장이다. 수출(-2.6%)과 설비투자(-10.8%) 감소가 결정적이었다.

특히 반도체가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한 5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60.15%나 줄어든 6조200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메모리 반도체의 경기 둔화가 결정적이었다.

SK하이닉스도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2.3% 줄어든 6조7727억원의 매출과, 68.7% 감소한 1조36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 업계 전반이 부진했다. 지난해 3분기만 하더라도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으로 영업이익률이 57%로 역대 최고치였지만 2개 분기만에 영업이익률이 20%로 꺾였다.

반도체 부진이 고스란히 경제 지표에 반영된 것으로 허약한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를 새삼 확인한 셈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는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시황에 가격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요가 급감하면서 삼성, SK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여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업들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 있지만 글로벌 시장 규모는 시스템반도체가 2배 정도 크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영국에 본사를 둔 시장조사기업 IHS에 따르면 2017년 시스템반도체는 2300억1500만달러,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1318억1900만달러 규모로 약 64대 36의 비율을 보였다. 2018년은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절정에달하면서 메모리가 1638억4500만달러, 시스템이 2465억7200만달러로 4대 6의 비율로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커졌다. 올해는 메모리가 1334만5300만달러, 시스템이 2389만3400만달러, 36대 64로 메모리 비중이 다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규모는 시스템이 크지만,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메모리에 편중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은 총 1267억600만달러로 직전 연도 대비 29.4% 증가했다. 이중 메모리 반도체는 940억7800만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액의 74.2%를 차지하며 직전 연도 대비 40% 증가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 수출액은 264억7400만달러로 20.9%를 차지하며 직전 연도 대비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4.30/뉴스1


◇시스템반도체에 눈돌린 기업·정부, "종합반도체 기업 추가로 육성해야"

반도체 업계와 정부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반도체 수요가 PC, 모바일에서 자동차, 로봇, 에너지, 바이오 등의 산업군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따라 시스템 반도체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3%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달 삼성이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것도 향후 시스템반도체의 성장을 내다보고 메모리 편중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그나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통신칩을 설계 및 생산하며 미국 퀄컴과 경쟁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서도 세계 첫 7나노(nm, 나노미터) EUV(극자외선) 공정 개발에 성공하며 1위 대만 TSMC를 바짝 추격 중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10년간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방침에 부응한 것으로 채용 계획 인원만 1만5000명에 달한다. 삼성의 투자계획 발표 닷새 후 정부가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에서 밝힌 신규일자리 2만7000명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전략에서 팹리스(설계전문기업)와 파운드리의 성장 지원과 부문별 연계 촉진에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한 팹리스지원에 2020년부터 2029년까지 10년 간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IP(지식재산)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자동차, 바이오·의료, IoT가전, 에너지, 첨단로봇·기계 등 5대 전략분야에서 공공수유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기로 했다. 팹리스 전용 펀드는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며, 파운드리 시설과 연구개발 투자에 세제와 금융을 적극 지원한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아울러 연구개발 인력 양성을 위해 2021년부터 연세대와 고려대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기업수요기반의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석·박사 인력도 양성한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번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공공수요 창출 계획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되,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종합반도체 기업을 추가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학사 과정을 석사 과정으로 이어지게 하되, 국책 연구개발을 통한 석·박사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재근 한양대학교 반도체학과 교수는 "중소 파운드리 기업의 경우 팹리스까지 사업을 확대해야 향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세제와 금융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사 경험만으로는 실제 반도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 및 대학원, 기업이 정부의 R&D 과제를 함께 수행, 자연스럽게 석·박사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이 기업에 취업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